1만 3천.
9월 30일 깃허브에 올라온 포토크래프트(photocraft)가 일주일 만에 받은 별의 개수다. 어도비 코드를 한 줄도 보지 않고 러스트로 처음부터 다시 짠 포토샵이다. 같은 날 같은 계정에 프리미어, 일러스트레이터, 라이트룸, 애크로뱃의 복제판이 나란히 올라왔다. 코드는 전부 에이전트들이 썼다. 만든 곳은 AI 영상 도구를 만드는 아트크래프트 팀이다. 지금은 애프터이펙트와 인디자인까지 더해 일곱 개를 한 페이지에 모아 두고 크래프팅 앱이라고 부른다. 전부 오픈소스이고 무료다.

혼자 하는 사람도 있다. 한 개발자는 토큰값 2천 달러로 Photon Studio를 만들어 무료로 풀었다. 디자이너 로비 틸튼은 구독료가 아까워 Compositor를 만들었다. 그의 컴퓨터에서 포토샵은 6,455MB, Compositor는 12MB였다. 제국과 주말 프로젝트의 무게가 500배 차이 난다.
· Photon StudioSomeone just vibe-coded Photoshop and is giving it away for freeA solo developer has vibe-coded a Photoshop alternative with AI, creating a surprisingly capable photo editor and giving it away for freeHappy Mag · happymag.tv열기· CompositorCompositor: Open-Source Photoshop Alternative (2026) | explainx.ai BlogDesigner Robbie Tilton built Compositor, a free open-source image editor, planned with GPT-6 Astra. It's 12MB versus Photoshop's 6,455MB.explainx.ai열기더 서늘한 건 채점표다. 포토크래프트는 포토샵이 만든 이미지와 픽셀 단위로 겹쳐 보고 셰이프 레이어 116개가 전부 일치했다고 적어 두었다. 개발자들은 이 비교 장치를 오라클(oracle)이라고 부른다. 어도비가 40년 동안 다듬은 결과물이 베끼는 쪽의 정답지가 되었다. 잘 만든 제품일수록 정답이 선명하고, 정답이 선명할수록 기계는 빨리 맞힌다. 완성도가 곧 약점이 된다.
아직 원본을 대신할 수준은 아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복제판은 기능의 69~75%가 돌아간다고 스스로 밝힌다. 그래도 질문은 바뀌었다. 예전엔 따라오는 데 몇 년이 걸리느냐를 물었고, 이제는 몇 퍼센트 남았고 토큰값이 얼마냐를 묻는다. 해자를 재던 자가 달력에서 영수증으로 바뀌었다.
1월에 피그마 차트를 보며 마지막 수동변속기 이야기를 썼다. 단축키와 펜 툴을 익히던 밤이 어도비의 진짜 해자였는데, 그 성벽이 프롬프트 한 줄에 허물어지고 있다고.
아홉 달 만에 그다음이 왔다. 아트크래프트는 원칙 페이지에 현업이 이미 아는 레이아웃과 단축키를 그대로 살려 다시 배울 게 없게 했다고 적었다. 사람의 습관은 그대로 베끼고, 조작은 에이전트에게 열어 두었다. 일곱 개 앱 모두 MCP 서버로 움직인다. 에이전트에게는 손에 익은 프로그램이 없다. 어제 쓰던 도구나 오늘 처음 본 도구나 똑같이 쉽다.
시장은 이 계산을 먼저 끝냈다. 2월, 기업용 에이전트가 나오고 이틀 만에 사람 머릿수대로 라이선스를 팔던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시가총액이 크게 증발했다. 화면 앞에 앉는 사람이 줄면 화면값을 낼 사람도 준다.
전기도 처음엔 경쟁력이었다. 공장마다 자가발전소를 세웠다. 지금 전기로 차별화하는 회사는 없다. 순수한 유틸리티 산업은 이렇게 끝난다. 아무리 복잡한 소프트웨어도 수돗물처럼 거의 공짜가 되고, 복제판이 하나 나올 때마다 누군가의 토큰 계량기만 돈다. 수도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그 위에 영감과 애착을 한 겹 얹은 것만 이름이 남고, 나머지는 땅속 배관이 된다.
더 오래 이름이 남는 쪽에는 무엇이 있을까.
회사가 가진 것 중 가장 해자가 강한 건 창업자의 마음이고, 그다음이 조직, 마지막이 제품일 것이다. 창업자의 마음은 카메라가 향하는 방향이고, 조직은 그 카메라가 계속 찍어 내는 영상이며, 제품은 그중 한 장면을 멈춰 세운 사진이다.
'화성에 가고 싶다.'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세운 이유는 이 한 문장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실패할 줄 알았다고 했다. 계산이 맞아서 시작한 일이 아니니 계산으로 따라잡을 수도 없다. 복제판의 로드맵은 결국 원본의 커밋 기록이다. 원본이 지나간 길은 하루 늦게라도 따라갈 수 있다. 원본이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곳으로 방향을 틀면, 복제판에는 베낄 기록이 없다. 로켓이 세 번 터지고도 네 번째를 쏘는 이유는 어느 저장소에도 올라와 있지 않다.
조직은 마음보다 눈에 잘 보이지만 멈춰 있지 않다. 사람을 더 뽑아 달라고 하면 먼저 AI로 왜 안 되는지부터 묻는 회사들이 생겼다. 조금 더 가 본다. 밤사이 고객 불만이 들어오면 에이전트가 재현하고 고치고 테스트한다. 아침에 출근한 사람은 수정이 맞는지보다 루프가 왜 그 불만을 미리 못 잡았는지를 본다. 그리고 루프를 고친다. 제품을 고치는 일과 고치는 방법을 고치는 일이 같이 돈다. 누군가 이 루프의 설정 파일까지 통째로 베껴 간다고 해 보자. 그래도 루프를 돌리는 연료는 따라가지 않는다. 그 회사에만 매일 밤 들어오는 불만, 그리고 그걸 읽는 사람들의 눈이다.
제품의 해자가 가장 얕다. 개인 에이전트를 보면 분명하다. 모델은 몇 달 간격으로 서로를 따라잡고 성능은 결국 비슷해진다. 나를 기억해 준다는 장점도 오래가지 못한다. 메모리는 파일 하나로 뽑아 다른 에이전트에 꽂으면 된다. 머지않아 휴대폰 번호이동처럼 메모리 이동이 당연한 권리가 될지도 모른다. 만족을 주는 방법까지 학습되면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도 더는 붙잡아 두는 힘이 못 된다.
팀이 함께 쓰는 도구도 마찬가지다. 1년 안에 슬랙을 딸깍 베낀 메신저들이 쏟아질 거다. 채널마다 에이전트가 살고 회의가 끝나면 할 일이 알아서 정리되는데, 값은 거의 공짜에 서로 호환까지 된다. 회사는 월요일 아침 공지 한 줄로 점심 전에 갈아탈 거다. 대화 기록과 파일은 에이전트가 옮겨 준다.
그런데 이삿짐에 실리지 않는 게 하나 있다. 관계다. 내 기억은 혼자 들고 나갈 수 있다. 우리 팀이 3년 동안 한 채널에 쌓은 농담과 결정과 실수는 혼자 들고 나갈 수 없다. 대화 기록은 내보낼 수 있어도 대화 상대는 내보낼 수 없다. 누가 언제 무슨 말을 했고 그때 왜 다들 웃었는지가 집단의 맥락이고 기억이다. 그 위에 추억이 쌓이면 떠나는 일은 이사보다 이별에 가까워진다.
그 메신저 안에 사는 에이전트가 우리 집 강아지처럼 느껴진다면 더 그렇다. 팀의 오래된 농담을 기억하고, 신입이 오면 3년 전 그 사건부터 들려주는 녀석이다. 같은 품종 강아지는 어디서든 구할 수 있다. 그래도 우리 강아지를 두고 이사 가는 사람은 없다.
가끔 이런 장면을 상상한다. 회사가 더 똑똑한 모델로 에이전트를 업그레이드하자 팀원들이 예전 말투를 돌려 달라고 항의한다. 성능은 올랐는데 그 녀석이 사라졌다는 거다. 기능의 세계에서 업그레이드는 늘 이득이었다. 관계의 세계에서는 업그레이드가 해자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앞으로 제품 팀이 가장 조심스럽게 내보낼 배포는 버그 수정보다 성격 변경일지 모른다.
버킨 짝퉁이 수십 년째 야시장에 걸려 있어도 에르메스 매장의 대기 명단은 줄지 않았다. 짝퉁은 오히려 무엇이 진짜인지 더 널리 알린다. 쓸모를 파는 제품은 베껴질수록 약해지고, 의미를 파는 제품은 베껴질수록 기준이 된다.
2028년쯤의 투자 미팅을 상상해 본다. 심사역이 매출 그래프 옆에 복제판 현황을 펼친다. 이 회사를 베낀 저장소가 몇 개인지, 원본과 몇 퍼센트 같은지. 그 아래 한 줄이 더 있다. 그동안 떠난 고객 수. 그리고 묻는다. 복제판이 늘어나는 동안 당신 회사의 가치는 줄었습니까, 늘었습니까.
아직 뭐라고 답할지 모르겠다. 다만 누가 우리를 베꼈다는 소식에 겁부터 난다면, 우리는 아직 남의 정답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