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한일 엔터테크 포럼 AI는 콘텐츠의 주인을 바꾼다

대담

한일 엔터테크 포럼 세션 1 무대. 화면에 Talk Session 1,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의 AI 진화상이 떠 있고 네 사람이 무대에 앉아 있다.

2026년 10월 23일 도쿄 시부야에서 열린 한일 엔터테크 포럼 세션 1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의 AI 진화상」의 기록이다. 스캐터랩 김종윤 대표, 스푼랩스 최혁재 대표, 해시드 김서준 대표가 조선일보 성호철 도쿄지국장의 사회로 AI가 가져오는 콘텐츠 산업의 권력 구조와 제작 비용의 변화, IP의 가치, 한일 협업의 가능성을 논의했다.

형식
대담
구성
44개 발언
화자
4명
00 CARROT CAVE INSIGHTS

CARROT CAVE INSIGHTS

자료 안내: 이 기록은 세션 1(16:20–17:11)의 자동 전사본을 바탕으로 발화자를 구분하고, 읽기 쉽도록 문장을 정리한 것이다.
  1. AI가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생성하면서 이야기의 주도권은 창작자에서 유저로 옮겨 가고 있다. 김종윤 대표는 이러한 변화를 막는 IP는 불리해지고, 수용하는 IP는 지속적으로 생명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2. AI 숏폼 드라마는 분당 10달러 수준의 테스트 제작으로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제작 등급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최혁재 대표는 자사 데이터를 근거로, 시청자는 제작 방식보다 재미를 기준으로 지갑을 연다고 설명했다.
  3. 쿼츠가 시계 산업의 구도를 바꾸었듯 AI는 콘텐츠 제작 방식을 바꾸고 있지만, IP의 가치는 유지된다. 다만 IP를 AI 제작에 개방할지는 보유자의 판단에 달려 있으며, 그 결정의 속도가 다음 주도권을 좌우한다.
  4. 유틸리티의 가격이 0에 수렴할수록 가치는 IP로 집중된다. 김서준 대표는 TCG를 아트 시장의 상위 대안으로, 토큰화를 팬이 IP의 주주로 참여하는 방법으로 제시했다.
  5. 일본은 오리지널 IP와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한국은 AI를 빠르게 실험하는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패널들은 두 나라의 협업이 AI 시대 IP 경쟁에서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출처와 편집 원칙

  • 일시: 2026년 10월 23일 16:20–17:11, 도쿄 시부야
  • 성호철: 조선일보 도쿄지국장, 모더레이터
  •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 제타
  • 최혁재: 스푼랩스 대표, 스푼라디오, 비글루 스튜디오
  • 김서준: 해시드 대표
  • 구성: 7개 장, 23개 주제, 44개 발화
  • 편집: 구어체의 습관적 표현과 반복은 정리하되, 각 발언의 취지와 주장의 강도는 원래대로 유지했다.
CHAPTER 1

패널 소개

5개 주제 · 7개 발화

01

패널 소개와 사회자의 첫 질문

성호철안녕하세요. 이번 세션의 모더레이터를 맡은 조선일보 도쿄지국장 성호철입니다. 세션 주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의 AI 진화상」입니다. AI가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산업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그 변화의 가장 앞에서 직접 실험하고 계신 세 분과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오늘 함께해 주실 세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스캐터랩의 김종윤 대표,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 스푼랩스의 최혁재 대표입니다.

먼저 한 분씩 자기소개와 회사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AI가 지금 콘텐츠 산업을 어떻게 바꾸고 있다고 보시는지, 각자의 생각도 함께 들려주십시오. 김종윤 대표님부터 부탁드립니다.

02

제타,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생성하는 서비스

김종윤안녕하세요, 스캐터랩 대표 김종윤입니다. 스캐터랩은 제타라는 AI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이곳 일본에서도 많은 분이 제타를 써 주고 계십니다. 일본 유저분들께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제타가 어떤 제품인지 먼저 조금 설명드리겠습니다. 제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보통 AI 채팅 앱이라고 생각하십니다. 캐릭터 챗이나 AI 컴패니언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AI 여자친구나 남자친구와 채팅하는 앱으로 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제타를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제타는 사용자의 말과 행동에 따라 AI가 실시간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앱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의 유튜브나 로블록스 같은 회사를 롤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성호철회사 소개 감사합니다. 그럼 AI가 콘텐츠 산업을 어떻게 바꾸고 있다고 보시는지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김종윤AI가 모든 것을 바꿀 거라는 데는 여기 계신 분들도 동의하실 겁니다. 엔터테인먼트도 예외는 아니겠죠. 저희는 그중에서도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이 많습니다.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라고 하면 보통 게임을 떠올리시는데, 게임 바깥에서 제타 같은 AI 네이티브 엔터테인먼트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탄생할 거라고 봅니다. 게임이 나온 지 40년쯤 됐는데, 저희는 작년과 올해를 새로운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가 태어난 해로 보고 있습니다.

03

AI 숏폼 드라마에 뛰어든 스푼랩스

최혁재스푼랩스 대표 최혁재입니다. 14년쯤 된 회사이고, 일본에서는 스푼라디오라는 서비스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2년 전에는 숏폼 드라마 산업이 아주 큰 기회라고 판단해 비글루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오디오 플랫폼과 숏폼 드라마 플랫폼을 함께 운영하고 있고,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일본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공을 들이는 시장입니다.

AI 기술이 나오면서 저희는 AI로 콘텐츠를 가장 활발하게, 가장 빨리 만들어 보자고 결정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AI 숏폼 드라마를 가장 많이 만드는 회사입니다. 매출이 나오는지는 뒤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멘토분들께 들은 말 중에 파도가 치면 거스르려 하지 말고 올라타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는 정말 열심히 올라타려 하고 있습니다. 영상 AI 회사나 빅테크의 솔루션을 많이 가져다 쓰다 보니 중국 쪽과 협업하고 출장도 자주 다니는데, 콘텐츠 제작 현장이 얼마나 빠르게 바뀌는지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기존에 콘텐츠를 만들어 오신 분들은 이게 얼마나 큰 흐름인지 머리로는 이해하시지만 아직 실행에 옮기지는 않고 계십니다. 기존 플레이어가 천천히 움직일수록 저희처럼 새로운 기술을 앞세워 뛰어드는 회사에는 더 큰 기회가 올 거라고 봅니다. 이 과도기를 저희 회사가 어떻게 겪고 있는지 오늘 말씀드리겠습니다.

04

해시드의 실험: 모드하우스와 트리플에스

김서준안녕하세요, 해시드 대표 김서준입니다. 해시드는 블록체인 투자사로 알려져 있을 텐데요. 지난 8년 동안 블록체인을 비롯해 AI, 콘텐츠, 엔터테인먼트까지 150여 개 회사에 투자했습니다. 블록체인에서 시작해 2년 전부터는 AI와 콘텐츠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요즘은 프론티어 테크와 콘텐츠가 겹치는 영역을 특히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투자 외에 벤처 빌딩, 그러니까 회사를 직접 만드는 일도 1년에 한 건 정도씩 꾸준히 해 왔습니다. 그중 하나가 2021년에 세운 케이팝 레이블 모드하우스입니다. 팬덤이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아이돌 그룹을 운영하는 회사로, 한국에서 인원이 가장 많은 24인조 걸그룹 트리플에스를 맡고 있습니다.

운영해 보니 비슷한 시청 규모의 다른 레이블보다 유저당 과금이 3~4배 정도 나왔습니다. 24명 전원이 함께 무대에 서고 앨범을 내는 건 1년에 한 번뿐이고, 나머지 앨범은 팬덤의 투표로 8명에서 12명 규모의 유닛을 꾸려서 냅니다. 이 투표권과 NFT 기반 포토카드를 팬들이 앱에서 살 수 있게 했고, 여기서 매출이 많이 나옵니다.

저는 케이팝이 팬들의 로열티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BTS나 블랙핑크를 아무리 좋아하는 팬이라도 앨범을 아주 많이 사지 않는 한 큰돈을 쓰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게임에서는 한 사람이 1억 원도 씁니다. 저희 앱에서 매출을 가장 많이 일으킨 분은 캐나다에 사는 43세 여성인데, 실제로 콘서트에도 오셨고 앱에서 1억 원이 훨씬 넘는 금액을 쓰셨습니다. 거버넌스에 참여하면서 실제로 효용을 느끼고 로열티가 높아지는 구조라서 가능한 일입니다.

케이팝의 주요 매출원은 포토카드인데, 여기서 문제도 많이 생깁니다. 랜덤 포토카드를 얻으려고 같은 앨범을 여러 장 사고, 카드만 챙기고 앨범은 버립니다. 요즘 집에 CD 플레이어도 없지 않습니까. 결국 팬들이 원하는 본질은 앨범이 아니라 포토카드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포토카드를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어 팬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교환하고 가지고 놀 수 있게 했습니다.

05

국가별 대응 속도와 IP로 집중되는 가치

김서준이런 방식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실험을 하고 있고요. 이따 스타트업 발표 세션에서 Morpio의 정근우 감독님도 발표하실 텐데, AI로 애니메이션을 좋은 퀄리티로 싸게 만드는 엔진을 만들어 여러 콘텐츠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오리지널도 만들고 있습니다. 데모를 보시면 퀄리티가 상당히 좋다고 느끼실 겁니다.

그런데 일본과 한국의 여러 회사를 만나면서 상반된 피드백을 많이 들었습니다. 퀄리티는 다들 좋다고 하십니다. 다만 저는 일본을 아주 좋아하지만, 오래된 일본 회사들은 장인정신이라는 키워드에 조금 발목이 잡혀 있다고 느꼈습니다. 사람이 오랜 시간을 들여 한 땀 한 땀 만들지 않은 콘텐츠, AI로 싸고 좋게 만든 콘텐츠의 가치를 낮게 보거나 분명히 미래가 있는데도 외면하려는 마음이 오래된 미디어와 콘텐츠 회사일수록 깊었습니다.

중국은 아마 반대쪽 끝에 있고 한국은 중간쯤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중국의 콘텐츠 회사는 가장 좋은 기술을 찾으면 바로 시장에 내놓으며 빠르게 도전하고 실험합니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은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일본 회사들에는 콘텐츠 산업의 오리지널리티와 IP가 있고, 한국에는 AI 기술로 더 과감하게 실험하는 생태계가 먼저 떠오르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서로 좋은 자극을 받고 파트너십이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AI가 콘텐츠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제 생각은, 저희가 프론티어 테크 가운데서도 콘텐츠를 점점 더 많이 보는 이유와 같습니다. 요즘 많이 느끼시겠지만, 이제 유틸리티 서비스는 AI로 클릭 한 번이면 만들 수 있습니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어도비 서비스는 물론 피그마 같은 툴까지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공짜로 풀리고 있고, 그러다 보니 어도비 주가도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유틸리티의 가격이 0원을 향해 갈 때 가치는 어디로 갈까요. 저는 그중 하나가 IP라고 생각합니다. 포켓몬 카드는 누가 포켓몬을 따라 한다고 값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생태계가 커질 뿐입니다. 아빠가 좋아하던 포켓몬을 아들이 좋아하면서 세대를 넘어 팬덤이 쌓이고, 카드의 가치와 IP의 가치는 오히려 올라갑니다. AI는 이런 생태계를 풍요롭게 만드는 데 역할을 하겠지만, 오리지널 콘텐츠를 단기간에 만들어 낼 수는 없다고 봅니다. AI 시대에 오리지널 IP의 힘은 오히려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 두 영역의 장점을 엮어 시너지를 내는 데 가장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CHAPTER 2

유저가 주인공이 될 때

2개 주제 · 7개 발화

01

드라마와 게임, 그리고 제타의 권력 구조

성호철세 분은 콘텐츠 분야에서 적어도 한국에서는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가장 앞서 적용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어쩌면 아시아에서도 가장 빠른 분들일지 모르겠습니다. 한 분씩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김종윤 대표께서 인터랙티브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단순한 대화형 AI가 아니라 유저가 직접 만들어 가는 캐릭터 엔터테인먼트라고 들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드라마나 웹툰처럼 만든 것을 보내 주는 선형적 콘텐츠를 해 오셨는데, 제타는 사람들이 10시간, 12시간씩 쓴다고 합니다. 그 몰입감을 만드는 근본적인 차이는 뭐라고 보십니까?

김종윤결국 엔터테인먼트를 만들 때 누가 권력을 갖고 있느냐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콘텐츠에서는 만드는 주권이 창작자에게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는 감독과 작가가 어떤 스토리를 어떻게 보여 줄지 모두 결정합니다.

게임도 유저에게 어느 정도 자유도가 있지만 주도권은 게임 디렉터에게 있습니다. 이 게임이 어떤 세계이고 어디까지가 경계인지 디렉터가 정합니다. 그래서 저는 게임의 자유도를 일종의 가짜 자유도라고도 봅니다. 디렉터가 만들어 두지 않은 곳에는 갈 수 없으니까요.

제타에서는 이 권력 구조가 다릅니다. 제타의 콘텐츠 경험은 크리에이터, AI 모델, 유저라는 세 주체가 함께 만들고, 여기서 권력이 가장 센 쪽은 유저입니다. 제타의 크리에이터는 이름은 크리에이터지만 콘텐츠의 재료를 준비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세계관 정보, 등장 캐릭터, 시작 이벤트를 묶어 하나의 플롯을 만들어 두는 거죠.

그다음에 어떤 캐릭터가 새로 나오고 무슨 일이 생길지는 유저가 플레이하고 AI 모델이 뒷받침하면서 결정됩니다. 즉석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가며 경험하는 거죠. 크리에이터는 시작 이후에 벌어질 일에 대해 권한이 거의 없습니다.

02

유저 중심으로 재편되는 권력

성호철그러면 그 몰입감은 자기가 만든 콘텐츠라서 스스로 빠져드는 거라고 봐야 할까요?

김종윤유저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든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크리에이터가 정해 둔 길을 따라가는 대신, 자기가 주인공이 되어 운명을 직접 결정할 수 있어서 몰입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성호철여기에는 기존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 오신 분, IP를 갖고 계신 분도 많을 텐데요. 그렇다면 기존 창작자들에게 AI는 곧 위기로 다가올까요?

김종윤이 큰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갈릴 것 같습니다. 두 가지 길이 있겠죠. IP를 가진 분들이나 크리에이터는 자기가 만든 세계와 캐릭터를 자식처럼 아낍니다. 그래서 유저가 들어와 꼭 나쁜 짓이 아니더라도 원래 설정과 다른 방향으로 캐릭터를 끌고 가면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해리포터를 예로 들면, 원작에서는 말포이가 악역이고 해리포터가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유저가 말포이와 친구가 되어 해리포터와 싸우는 플레이를 한다면, 원작자인 J.K. 롤링은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플레이를 금지하겠죠.

저는 이 새로운 세상에서 콘텐츠를 둘러싼 권력 구조가 완전히 재편될 거라고 봅니다. 결국 유저가 왕입니다. 그래서 막는 쪽은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을 겁니다. 반대로 내가 만든 세계와 캐릭터를 유저들이 재창조하고, 재발견하고, 여러 방식으로 해석하도록 열어 두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정해진 내용을 다 보고 나면 끝나는 선형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끊임없이 생명력을 얻는 IP가 되는 거죠.

성호철결국 원작자의 마음가짐이 큰 갈림길이 된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CHAPTER 3

AI 숏폼 드라마의 비용과 속도

3개 주제 · 4개 발화

01

등급별 제작 단가와 제작 기간

성호철이번엔 최혁재 대표님께 넘어가겠습니다. 스푼랩스의 비글루 스튜디오는 한국에서 AI 드라마를 가장 많이 만드는 회사라고 하셨습니다. 100% AI로 만든 숏폼 드라마를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선보이고 있는데요. AI를 도입하면 제작 비용과 기간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줄어드는지 궁금합니다.

최혁재행사 시작 전에도 성 지국장님이 AI 콘텐츠는 좀 어색하고 이상하지 않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렇게 보이는 AI 드라마들은 사실 저희가 전 세계 사용자에게 내놓는 테스트 영상입니다. 수익을 내려고 만든 콘텐츠가 아닙니다. 그러니 그걸 보고 AI 영상의 퀄리티가 낮다고 판단하시면 안 됩니다. 아주 싸고 빠르게 뿌려서 시청자가 반응하는지 검증하는 용도이고, 반응이 오면 단계별로 등급을 올려 가며 제작합니다.

비용은 대략적인 기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중국은 메뉴판처럼 가격 등급을 정해 두었습니다. 보통 A급, B급, C급으로 나누는데, 저희는 그 아래 D급과 E급은 다루지 않습니다. C급은 제작비가 분당 10달러입니다. 여러분이 많이 보시는, 좀 어색하고 AI가 만든 것 같은 영상이 이 10달러짜리입니다. B급은 숏폼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쓰는 퀄리티로 분당 50달러 정도입니다.

가장 높은 A급은 극장이나 OTT, TV 가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퀄리티인데, 분당 150만~200만 원입니다. 60분 기준으로 1억 2천만 원이면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사람이 만들었는지 AI가 만들었는지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왜 A급을 주력으로 만들지 않느냐 하면, 싸게 많이 파는 쪽이 상업적으로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A급은 우리가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플래그십 용도로 만듭니다. 저희도 지금 일본 IP로 극장용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실제 사업은 C급과 B급으로 충분히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제작 기간을 들으시면 더 놀라실 겁니다. 분당 10달러짜리 C급은 60분짜리 드라마 한 편을 만드는 데 5일이면 됩니다. B급은 3주, A급은 대본이 있으면 제작에만 8주가 걸립니다. 그래서 드라마가 이렇게 쏟아지고 있는 겁니다.

02

시청자는 제작 방식보다 재미에 반응한다

최혁재저희도 제타처럼 한국, 일본, 미국이 주요 시장이고,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쓰는 플랫폼을 직접 운영합니다. 그래서 AI 드라마가 실제로 팔리는지 데이터로 보는데, 가장 무서운 건 이겁니다. 시청자들은 사람이 찍었는지 AI가 만들었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스토리가 재미있으면 돈을 내고 봅니다.

제작비는 5분의 1에서 10분의 1로, 제작 기간도 5분의 1로 줄었습니다. 제작사나 플랫폼 입장에서는 안 할 이유가 없습니다. AI 콘텐츠를 누가 보냐고들 하시지만 시청자는 이미 돈을 내기 시작했고, 구분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빠르게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올해 초 바이트댄스의 시댄스(Seedance) 2.0이 나왔을 때 내부에서 테스트해 보고 무조건 넘어가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전에는 전체 드라마 제작의 90%를 실제 촬영으로, 10%를 AI로 했는데, 이걸 뒤집었습니다. 지금은 90%를 AI로 만들고 10% 정도만 실사로 찍습니다.

03

반복되는 역사: 할리우드에서 쿼츠 파동까지

최혁재저희 사업개발팀이 역사는 반복된다는 이야기를 해 줬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라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영화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브로드웨이 극장계는 영화를 쓰레기 취급했습니다. 배우가 무대에서 육성으로 관객에게 연기를 전해야지, 화면 속에 담아 보여 주는 건 하층민이나 보는 콘텐츠라며 무시했습니다. 그 뒤 주도권은 영화로 넘어왔습니다.

할리우드가 중심이 된 뒤 1950년대에 TV가 보급되자 이번엔 영화계가 TV를 무시했습니다. 할리우드 콘텐츠를 TV에 올릴 수 없다며 반대 운동까지 했지만, 불과 10~20년 만에 위치가 바뀌었습니다.

그 뒤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갈 때도 크리스토퍼 놀란이나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거장들이 필름으로 찍지 않은 건 영화가 아니라며 저항했습니다. 그렇다고 레거시가 사라졌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프리미엄 영역으로 남았고, 대중 시장은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인 회사들로 넘어갔습니다.

일본은 이런 경험을 가장 먼저 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1969년 세이코가 세계 최초의 쿼츠 손목시계를 내놓으면서 전 세계 시계 시장이 뒤집혔습니다.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스위스에서는 1970년 1,600곳이 넘던 시계 회사가 1980년대 중반 600곳 아래로 줄었고, 9만 명이던 업계 인력은 1984년 3만 3천 명까지 줄었습니다. 쿼츠라는 부품 하나 때문에요. 세이코와 카시오 같은 일본 회사들이 합리적인 가격의 시계를 전 세계에 뿌리며 주도권을 가져갔고, 스위스에서는 스와치가 그 흐름을 탔습니다. 나머지 가운데서는 롤렉스나 오데마 피게 같은 하이엔드 회사들이 살아남았습니다.

저는 지금 일본 콘텐츠 업계가 1969년의 스위스에 서 있다고 봅니다. 쿼츠라는 부품이 이제 AI라는 형태로 전 세계에 풀렸고, 다른 나라들, 특히 중국과 한국이 이 쿼츠로 시계를 엄청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흐름에 올라타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CHAPTER 4

그래도 IP는 살아남는다

2개 주제 · 4개 발화

01

AI 제작 여부는 IP 보유자가 결정한다

성호철바로 그 타이밍에 대한 질문입니다. 앞으로 애니메이션, TV 드라마, 영화를 전부 AI로 만드는 시대가 올까요? 그리고 그런 시대가 오면, 지금 AI로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중국이 다 가져가지 않을까요?

최혁재저희도 그 고민을 정말 많이 합니다. 그런데 결국 IP는 살아남습니다. 아까 포켓몬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포켓몬을 AI로 만들지 말지는 IP 홀더가 결정합니다. 저희는 한국, 일본, 미국의 수많은 IP 홀더에게 IP를 열어 달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웹툰, 웹소설부터 이름만 대면 아실 일본의 유명 게임 회사들까지 다 연락해 봤는데, AI로 만드는 데에는 일단 부정적이십니다.

제가 그리는 미래는 이렇습니다. 소비자 이야기가 아니라 비즈니스 관점에서요. IP를 가진 회사의 경영이 악화되거나 매출이 줄면, AI 최전선에 있는 회사들이 그 IP를 아주 싸게, 속된 말로 쇼핑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대로 빠르게 움직인 IP 홀더들은 AI 기술의 최전선에서 자기 IP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겁니다.

02

일본과 미국 레거시 IP 보유자의 저항

최혁재일본에는 IP가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겪어 보니 AI 제작에 대한 저항감은 일본과 미국의 레거시 IP 홀더들이 가장 큽니다. 한국은 웹툰 덕분에 다시 한번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는 곳들이 있어서 조금은 열려 있는 편입니다.

성호철원작자와 IP 보유자의 판단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김종윤 대표님과 거의 같은 견해시네요.

CHAPTER 5

콘텐츠의 수익 구조

3개 주제 · 6개 발화

01

자산으로서의 TCG와 아트 시장

성호철다음은 김서준 대표님입니다. 제가 가장 궁금한 대목은 이겁니다. 결국 콘텐츠는 돈을 벌어야 하지 않습니까. 아까 같은 케이팝 아이돌 그룹인데 블록체인으로 유저당 과금을 3~4배까지 올렸다고 하셨고, 장인정신이 발목을 잡는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콘텐츠와 블록체인이 결합하면 새로운 수익 모델이 나올 수 있을까요? 해외 사례도 있습니까?

김서준저희는 콘텐츠 시장에서 TCG, 트레이딩 카드 게임이라는 자산에 관심이 많습니다. 해시드가 독특한 펀드를 많이 만드는데, 아마 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TCG 펀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TCG에는 여러 매력이 있습니다. 첫째, 포켓몬을 포함한 블루칩 TCG의 가격이 매년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둘째, 다른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거의 0에 가깝습니다. 글로벌 매크로가 흔들리든 전쟁이 나든 나스닥이 빠지든 거의 꾸준히 오릅니다. 자산으로서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아트 시장은 아주 큰 시장이고 아트 펀드도 많습니다. 아트 시장이 왜 생겼는지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먹고살 만해지면 아트를 삽니다. 먹고살기 힘든 사람이 비싼 그림을 사지는 않으니까요. 한국에서 아트 붐이 갑자기 분 게 코로나 무렵이었는데, 그 직전부터 강남, 성수, 용산 같은 지역을 중심으로 70평대 아파트가 많이 분양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국민 평형이라고 해서 35평 정도가 가장 많았는데, 큰 평형이 늘어난 거죠.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큰 집으로 이사하니 작은 집에서는 몰랐던 벽이 너무 많이 보였습니다. 벽에 그림을 걸어야 하니까요.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으면 아트 시장이 커진다고 하더라고요. 아트는 유틸리티가 아닙니다. 없어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죠. 그런데 유틸리티가 해결되면 사람들은 영감을 주는 것에 돈과 시간을 쓰기 시작합니다.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도 비슷한 영역입니다.

02

TCG가 아트의 상위 대안인 네 가지 이유

김서준저는 이 아트 시장의 상위 호환이 TCG, 그러니까 IP를 카드로 만든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이해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아트는 공부하지 않으면 어떤 그림이 얼마짜리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300~400년 전 그림이 100억 원이라고 해도, 그림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잘 와닿지 않습니다. 그런데 포켓몬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카드가 왜 비싼지 아주 쉽게 이해합니다. 레어리티 등급이 카드에 아예 찍혀 있고, 인기 캐릭터의 한정판 콜라보 카드는 괜히 더 재미있어 보이고, 실제로 비싸게 팔립니다. 반 고흐 그림의 역사를 이해하는 사람보다 포켓몬이나 원피스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그만큼 살 사람이 많습니다.

둘째는 접근성입니다. 유명 화가의 그림은 수가 한정되어 있지만, 포켓몬 카드나 원피스 카드는 계속 나오고 한 장에 몇천 원이면 살 수 있습니다. 뽑는 과정도 재미있습니다. 가챠처럼 짜릿하고, 불확실성과 게임적 요소가 있습니다. 그런데 비싼 카드는 한 장에 수백억 원까지 갑니다. 올해 2월 골딘 경매에서 포켓몬 ‘일러스트레이터’ 카드가 약 1,650만 달러, 우리 돈 240억 원 정도에 팔렸습니다. 저와 TCG 펀드를 함께 만드는 GP 한 명이 원래 그 카드를 갖고 있던, UAE 왕족 같은 친구입니다.

셋째는 보관입니다. 그림은 보관하기 어렵지만, 등급 검증을 받아 플라스틱 케이스에 밀봉된 카드는 잘 보관만 하면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습니다. 자산으로서 좋은 성질입니다.

넷째는 상속입니다. 부자들이 그림을 사는 이유 중에는 세금이나 상속도 있는데, 그림으로 상속하는 것과 100억 원짜리 포켓몬 카드로 상속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쉬울까요. 당연히 카드가 훨씬 쉽겠죠. 벽에 걸어 자랑하고 집에서 감상한다는 점을 빼면, IP로 만든 카드에는 아트보다 나은 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카드가 지금 아트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고 느낍니다. IP가 수익화되는 아주 좋은 사례입니다.

03

IP 직접 투자의 길과 TCG 펀드

김서준IP에 투자하는 방법도 최근에 하나 더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디즈니 IP가 아무리 좋아도 그 IP 자체에 투자할 수는 없었습니다. 어벤져스를 좋아해도 아이언맨이나 어벤져스 시리즈에 개인이 투자할 방법이 없었죠. 그런데 블록체인과 맞물려 STO, 시큐리티 토큰 오퍼링이라는 방식이 생기면서 영화, 드라마, 케이팝 같은 상품을 토큰화해 개인이 IP에 투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직은 실험 단계지만 세계적으로 큰 흐름이 되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IP의 실질적인 업사이드에 투자할 방법이 기술과 결합해 늘고 있는 겁니다.

트리플에스의 포토카드도 같은 맥락입니다. 케이팝 팬들은 이미 종이 카드로 이걸 하고 있습니다. 큰 아이돌 공연장 근처에 가면 팬들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 오프라인에서 카드를 물물교환합니다. 오프라인으로는 거래가 많이 일어나기 어렵잖아요. 저희는 이걸 블록체인 기반으로 글로벌하게 거래할 수 있게 만들었고, 지금까지 발행한 카드의 글로벌 거래가 벌써 5천만 회를 넘었습니다. 디지털로 바꾸면 IP 자체가 블록체인을 통해 가치를 갖고, TCG든 연예인 포토카드든 전 세계에서 교환할 수 있는 장이 생기면서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성호철단답형 질문입니다. 포켓몬 카드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드신다는데, 얼마짜리 펀드입니까?

김서준오픈엔드 펀드라서 에버그린으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좋은 자산을 계속 사고, 가격이 오르면 유동화하면서 이어 가는 구조입니다. 출범할 때는 300억~400억 원 규모로 시작할 것 같습니다.

CHAPTER 6

IP의 토큰화와 투자 기준

3개 주제 · 5개 발화

01

자본시장의 흐름으로서의 토큰화

성호철블록체인이라고 하면 IP 보유자들은 거부감이 들지 않을까요? 이 좋은 IP를 왜 블록체인에 올려야 하느냐고요.

김서준자본시장과 결합하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 블록체인 업계에 관심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국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의 주식형 토큰이 이미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10배 레버리지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시큐리티 토큰, 토크나이즈드 시큐리티라는 말을 많이 들어 보셨을 텐데, 자본시장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이 토큰화되고 있습니다.

이것 자체가 자본시장의 흐름입니다. 유동성이 좋아지고, 살 수 없던 것을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게 되고, 거버넌스에 참여할 선택지가 생깁니다. 싫어하는 IP 홀더도 있겠지만, 오히려 케이팝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시큐리티 토큰을 통해 팬덤에게서 실제로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02

팬이 주주로 참여하는 구조

김서준팬과 아이돌의 관계는 원래 일방적입니다. 아이돌이 음악을 만들면 팬은 듣고 돈을 쓰지만, 수익은 소속사와 주주에게만 갑니다. 팬은 왜 주주가 될 수 없을까요. 하이브의 주주는 될 수 있어도, 하이브 주주가 BTS의 주주는 아니잖아요. 이 관계가 토큰화되면서 실험을 넘어 실제 상품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아는 막걸리집이 하나 있는데, 보통 식당 주인은 한 명이지만 그 집은 지분 1%씩 가진 주인이 100명입니다. 장사가 굉장히 잘됩니다. 자기가 사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100명이면 잘될 수밖에 없겠죠. 친구들을 데려오면서 여기 내가 하는 식당이라고 하니까요. 아이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분을 가진 새 아이돌 그룹이면 로열티가 더 생기고 더 듣게 됩니다. 그래서 기존 아이돌이 토큰화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새로 만들어지는 그룹들이 이런 실험을 더 많이 할 거라고 봅니다.

03

AI 시대의 투자 기준

성호철짧은 질문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김 대표님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는 투자자 가운데 한 분이기도 합니다. 이 AI 시대에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기술을 잘 쓰는 기업에 투자한다면, 고르는 키워드가 있습니까?

김서준우선 AI를 적극적으로 많이 써야 하고요. 또 하나는 UGC, 그러니까 사용자가 만드는 콘텐츠의 관점입니다. 스캐터랩 같은 회사가 아주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으로 만들어 내보내는 콘텐츠인지, 아니면 참여자가 주인공이 되거나 제작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플랫폼인지를 가장 많이 묻습니다.

CHAPTER 7

일본 시장과 한일 협업

5개 주제 · 11개 발화

01

40명 팀으로 일본 시장에 안착한 제타

성호철세션이 10분 남았습니다. 마지막 정리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세 분은 한국 기업 대표로 지금 도쿄에 와 계십니다. 일본 진출과 한일 협업 시너지의 가능성을 한 분씩 여쭤보겠습니다.

먼저 김종윤 대표님. 제타는 일본 시장에 안착했고, 한 달에 꽤 많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 어떻게 안착할 수 있었는지, 한국 유저와 일본 유저는 어떻게 다른지 2~3분 정도로 부탁드립니다.

김종윤한국 스타트업이 일본에서 성과를 내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타가 왜 일본에서 잘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솔직히 저도 정답은 잘 모릅니다. 다만 AI 네이티브 제품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기가 훨씬 쉽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팀은 40명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한국, 일본, 미국을 합치면 MAU가 500만 명 정도 됩니다. 40명이 이걸 운영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플랫폼이고, 콘텐츠는 크리에이터와 AI가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 내기 때문에 저희가 직접 만드는 콘텐츠는 없습니다.

과거 웹툰, 웹소설, 게임은 현지화의 벽이 분명히 높았습니다. 그런데 제타 같은 제품은 어떻게 보면 로컬라이제이션이 저절로 됩니다. AI 모델이 한국어, 일본어, 영어 버전으로 따로 학습되고 있고, 콘텐츠도 각 나라의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만들고, 플레이하는 사람도 한국인, 일본인, 영어권 사용자입니다. 그래서 만들어지는 콘텐츠를 보면 한국은 한국 느낌, 일본은 일본 느낌, 영어권은 영어권 느낌이 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늑대인간 같은 수인물이 엄청 인기가 많고, 흑인 게토물 같은 장르도 인기가 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거의 안 하겠죠. 미국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저희가 어떻게 다 알겠어요. 그런데 거기 계신 분들이 다 만들어 주시고 플레이해 주시니, 저희는 플랫폼으로서 좋은 AI 모델과 생태계만 잘 관리하면 나머지는 채워집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작은 스타트업인데 글로벌하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성호철40명짜리 스타트업이 제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교류 시간에 김 대표님을 만나시면 한 달에 얼마 버는지 꼭 물어보십시오. 깜짝 놀라실 겁니다. 저도 몇 달 전에 만났을 때 물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02

중국이 장악한 일본 숏폼 시장

성호철다음은 최혁재 대표님께 여쭤보겠습니다. 숏폼 드라마는 사실 중국이 다 장악했습니다. 모르실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 영어로 나오는 숏폼 드라마도 다 중국인들이 만든 겁니다. 그렇게 완전히 장악한 시장에서 한국에서는 유독 최 대표님이 버티고 계십니다. 일본 시장은 어떻게 보시고,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최혁재사업하는 입장에서는 구매력이 큰 시장이라 관심이 많습니다. 숏폼 드라마 기준으로 전 세계 매출의 50% 이상이 미국 한 나라에서 나오고, 그다음이 일본입니다.

재미있는 건, 일본에서 매출을 내는 회사를 1위부터 10위까지 세면 9곳이 중국 회사이고 한 곳이 저희라는 점입니다. 일본 시청자의 지갑을 열고 돈을 벌어 가는 건 지금 중국 회사들입니다. 숏폼 결제액이 작으냐 하면 전혀 작지 않습니다.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고, 일본에서도 제가 알기로 인앱 결제 카테고리 가운데 게임 다음 수준으로 빠르게 크고 있습니다.

저희가 겪어 본 일본은 자국 콘텐츠에 대한 눈높이가 아주 높은 시장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실사 드라마를 할 때, 중국이나 한국 작품은 외국어라서 조금 어설퍼도 일본 시청자들이 그냥 돈을 내고 보십니다. 그런데 일본 배우가 일본어로 하는 작품에 대해서는 눈높이가 엄청 높으셨습니다. 콘텐츠를 많이 만드는 나라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03

AI로 낮아지는 언어의 장벽

최혁재AI로 넘어오면서 이게 180도 바뀌었고, 저희는 엄청난 기회라고 봅니다. 저희는 한 달에 신작을 100편 정도 만드는데, 그중 95%가 영어 작품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영어로 만드는 겁니다. AI의 영어 발화 퀄리티가 너무 좋아졌고, 매출이 터졌을 때 업사이드가 가장 큰 언어가 영어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팔리면 유럽에 가서 또 팔 수 있습니다. 스토리는 한국 사람이 쓰지만, 이제 영어 콘텐츠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10점 만점에 영어 퀄리티가 9.5라면, 한국어와 일본어는 지금 7 정도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3개월, 6개월 단위로 퀄리티가 엄청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걸 중국 빅테크들이 하고 있죠. 텐센트, 바이트플러스 같은 곳이 한 달마다 저희를 찾아와서 퀄리티가 좋아졌으니 만들어 보자고 합니다. 그러면 저희 일본 팀이 아직 아니다, 더 좋아져야 한다고 답하고, 그렇게 계속 좋아지고 있습니다.

일본어도 빠르면 6개월, 늦어도 1년 안에 일본 사람이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수준에 이를 것 같습니다. 한국어도 많이 올라왔고요. 그러면 한국 회사들, 그리고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쏟아내는 중국 회사들이 일본인 외모의 배우가 일본어로 연기하는 콘텐츠를 일본 시장에 엄청나게 뿌릴 겁니다. 그러면 그 시장의 파이는 AI를 빨리 쓰는 중국이나 한국 회사로 넘어갈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도, 일본 회사들도 AI 기술을 빠르고 적극적으로 활용해 프리미엄 전략으로 가든, 기존 IP를 활용해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든 해야 앞으로 1~2년 사이에 오는 변화 속에서 차별점을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성호철숏폼 드라마에서 중국이 잘하는 건 좋습니다. 다만 10개 중 9개 말고 6~7개 정도만 중국이 하고, 일본 기업도 한국 기업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04

애니메이션이라는 IP의 왕국

성호철마지막으로 김서준 대표님. 일본 분들은 잘 모르실 수 있는데, 김 대표님은 블록체인뿐 아니라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발상이 뛰어나고, 한국 스타트업 업계에서 리더처럼 많은 메시지를 내는 분입니다. 일본에도 관심이 많으시고요. 엔터테인먼트와 AI 기술을 모두 포함해서, 한국과 일본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시너지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서준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오리지널 IP의 역사는 일본이 깊은 것 같습니다. 케이팝에도, K드라마와 K무비에도 오리지널 IP가 있지만, 저는 아주 분명하게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이 IP의 왕입니다. 일본 분들도 그 점에 자부심을 갖고 계실 겁니다.

전 세계 IP 중 누적 10조 원 이상 수익을 낸 것 대부분이 일본 IP입니다. 누적 매출이 100조 원을 넘는 IP 두 개가 포켓몬과 산리오의 헬로키티이고, 나머지도 미국보다 일본 IP의 누적 매출이 훨씬 큽니다.

저도 할리우드 영화 〈오디세이〉를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런데 극장에서 보고 나면 끝입니다. 그 영화 티셔츠를 입고 다니지도, 게임을 하지도, 피겨를 사지도 않습니다. 소설이나 드라마도 완결되면 IP의 수명이 거기서 멈춥니다. 그런데 잘 만든 S급 애니메이션은 IP의 힘이 계속 누적됩니다. 그리고 지금 가장 좋은 IP의 90% 이상은 일본 IP라고 생각합니다.

네이버웹툰 김준구 대표님, 한국에서 가장 큰 웹툰 스튜디오인 박태준만화회사의 대표님과도 개인적으로 아주 가깝게 지내는데, 결국 모두의 북극성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입성하는 것입니다. 웹툰도 마찬가지입니다. 웹툰의 성장세가 멈춘 건 다들 아실 텐데, 웹툰 IP가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성공하는 순간 위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나 혼자만 레벨업〉 같은 IP는 조 단위의 돈을 벌었습니다. 웹툰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그래서 네이버웹툰도 지금 일본에서 제작위원회를 10개 이상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아시아 팝에서 가장 빛나는 무대가 케이팝이라서 일본, 중국, 동남아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케이팝으로 데뷔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애니메이션이라는 IP의 왕국에서는 일본 시장이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어로, 일본 애니로 만들어 터뜨려야 10조, 100조짜리 IP가 되는 꿈의 무대가 지금 일본입니다.

05

일본의 선택과 한일 협업 제안

김서준그런데 이 기회가 일본에 영원히 남을까요. 만드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바뀌고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다들 현금에서 신용카드와 QR코드로 넘어가는 중인데, 일본은 여전히 종이와 펜으로 작업하는 걸 선호하고 있습니다. 일본 산업이 디지털을 넘어 AI 도입을 빠르게 이뤄내지 못하면, 앞으로 새로 태어나는 IP는 일본 밖에서 만들어질 겁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애니메이션이라는 IP의 가장 높은 자리, 그 본고장도 한국이나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중국은 없으니까요. 일본이 지금 AI를 빠르게 쓰고 있는 한국 회사들과 많이 협업했으면 좋겠습니다. IP의 꽃인 애니메이션에서 일본이 가진 리더십을 함께 지키고 넓혀 가자는 겁니다.

성호철감사합니다. 말씀해 주신 세 분께 박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