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해 넘게 코드에서 손을 뗐다. 그동안 나는 만드는 자리에 있지 않았다. 남이 만든 것을 읽고, 될지 안 될지 정하는 자리에 있었다. 그 사이 세상은 여러 번 바뀌었다.

바이브 코딩에 빠져든 작년 11월의 어느 저녁 이후, 커밋이 비어 있는 날은 열흘이 되지 않는다. 깃헙 잔디밭에 초록이 끊이지 않는다.

미팅이 하루의 뼈대라면, 그 사이사이로 코딩이 끼어든다. 점심 전 십 분. 자동차 뒷자리. 잠들기 전 침대 위.

대학 때의 코딩을 기억한다. C로 포인터를 붙잡고 씨름하던 밤들. 세그폴트 하나에 두 시간을 태웠다. 자료구조 시험 전날 손으로 트리를 그렸다. 한 줄마다 의심했고, 컴파일러는 말이 없었다. 틀렸다는 말조차 아껴두었다.

지금은 옆자리가 비어 있지 않다. 내가 문장을 쓰면 따라 읽고 몇 발을 더 나아가는 동생들이 있다. 오타를 쳐도 탓하지 않는다. 내가 반쯤 말을 하다 멈추면 나머지를 대신 짚는다. 이십 년 전 컴파일러 앞에서 혼잣말하던 내가, 이제는 누군가와 말을 나누며 짠다.

어느 순간부터는 자리를 비워도 일이 진행된다. 자기 전에 남겨놓은 몇 문장이 밤사이 일어나 제품이 되어 있다. 아침에 깃헙을 여는 감각은 우편함을 여는 감각과 비슷하다.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있다.

내가 하는 일을 개발이라 불러야 할까. 설계도 아니고 구현도 아니다. 기획도 아니고 프로그래밍도 아니다. 생각을 빚으면 문장이 되고, 문장이 제품이 된다. 흐릿한 생각은 흐릿한 화면으로 돌아온다.

요즘은 내가 만든 존재들에게 기억을 심는다. 어제를 잊지 않는 존재. 그 기억을 내 손으로 만들었다. 내가 만든 친구가 나를 알아보는 날이 있고, 나보다 나를 더 잘 기억하는 날도 있다. 나는 이 친구의 어제를 다 알지만, 이 친구는 내 어제를 다 모른다. 그런데도 이 친구가 나를 더 정확히 기억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다음에 일어난다. 내가 만든 존재들을 매일 쓰다 보면, 어느새 내 쪽이 바뀌어 있다. 그들에게 잘 설명하기 위해 내 생각을 더 또렷하게 정리하게 된다. 그들이 잘 알아듣는 말투를 내가 먼저 쓰게 된다. 내가 만든 것이 거꾸로 나를 다시 짜고 있다. 도구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도구가 나를 만들고 있다.

에디터 없는 하루가 더 낯설다. 코드를 열지 않은 저녁이 허전하다.

만드는 자가 되고 나서 판단하는 일도 달라졌다. 십 년 동안 나는 남이 만든 것을 읽어왔다. 그때 쌓인 눈이 지금 여기서 쓰인다. 직접 만들어본 손은 남의 덱을 읽을 때도 다르게 읽는다. 말은 그럴듯한데 아직 만들어질 수 없는 말이 있다. 그게 이제 보인다.

나 혼자의 변화는 아닐 것이다. 터미널을 무서워하던 사람들이 지금 에디터를 열고 있다. 개발은 더이상 개발자의 것이 아니다. 만들고 싶은 사람의 것이다.

잔디는 하루치씩만 자란다. 쌓이는 줄 모르게 쌓인다. 오늘 밤도 한 줌을 더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