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쯤 전, 진지하게 영어 이름을 바꿀까 고민했다.

어릴 때부터 써온 Simon이란 영어 이름이 과연 범우주적이고 초미래지향적일까, 문득 의문이 들었다. AI 에이전트와 대화하고, 메타버스에서 활동하고, 마침내 외계 지성체와 교신할 세상. 그 모든 상황에 가장 적합한 이름은 무엇일까. 진지한 고민이 시작됐다.

자료 01원문 텔레그램 #70

낯선 존재가 발음하기 쉬운가. 토큰 효율이 높은가. 기억하기 좋은가. 미래지향적인 의미를 품고 있는가. AI들과 프레임워크를 짜서 후보를 추렸다. 상위에 오른 4개가 SION, ZEON, MION, SANO다. 이 네 이름을 다섯 개 학문으로 해부했다.

우선 원이름 해부.

이름은 음소의 조합이고, 음소는 고유의 물리적 속성을 지닌다. Simon과 김서준을 겹쳐보면 공통의 골격이 드러난다. 보존 필수: /s/, /n/ — 보존 권장: /m/, /i/, /o/

이 골격에서 SION은 Simon의 /s/-/i/-/o/-/n/을 그대로 계승했다. ZEON은 서준의 자음 ㅈ→Z, ㄴ→N을 보존했다. MION은 /m/과 /i/, /o/, /n/의 조합이고, SANO는 /s/-/a/-/n/-/o/로 가장 단순한 골격이다.

다음은 외계 교신 관점.

외계 지성체가 인간과 같은 성대를 가졌을 확률은 희박하다. 마찰음(/s/)은 단순한 기류로, 비음(/n/, /m/)은 관·튜브 구조로 재현할 수 있다. 이 두 음소가 범우주적 발음 가능성이 가장 높다.

WALS 7,000개 언어 데이터: /s/ 89%, /i/ 98%, /o/ 93%, /n/ 97%의 언어에 존재. NASA 골든레코드 55개 언어 최빈 자음: /n/ 89%, /m/ 76%, /s/ 71%.

드레이크 방정식 응용: SION 1위(0.74), SANO 2위(0.73), MION 3위(0.68), ZEON 4위(0.66). ZEON은 /z/ 발음 자체가 지구에서도 희귀한 음소라 불리했다.

다음은 AI 에이전트 관점.

LLM은 텍스트를 토큰 단위로 처리한다. 이름이 단일 토큰이면 컨텍스트 효율, 프롬프트 압축, 응답 속도 모두 개선된다. SION·ZEON·MION·SANO, 넷 모두 단일 토큰을 달성했다. 서준은 매번 2~3토큰을 잡아먹는다.

음성 인식 오류율(WER): SANO 2.03%, SION 2.07% 최저. ZEON이 유독 높다(3.77%) — NEON, LEON, AEON과 음향적으로 너무 가깝기 때문이다. 임베딩 독창성은 MION이 0.92로 전체 1위.

인지과학 관점도 중요하다.

Miller의 법칙: 2음절 단일 청크, 기억 용이성 96~98%.

다국어 연상: SION은 영어권 Zion(성지), 중국어권 思恩(은혜), 일본어권 シオン(자주색 꽃). ZEON은 Aeon(영겁), 則安(법칙의 평화), ゼオン(건담 지온). MION은 Muon(소립자), 美恩(아름다운 은혜), 美音(아름다운 소리). SANO는 Sane(건전한), 薩諾(산스크리트), 佐野(지명). MION의 숨은 강점: 동아시아 전역에서 긍정적 한자 연상이 자동으로 된다.

종합 가중 평가

(외계 15% · AI 20% · 메타 20% · 인지 15% · 연결 15% · 의미 15%)

순위 이름 외계 AI 메타 인지 연결 의미 총점

1 SION 92 88 85 95 98 90 91.1

2 ZEON 85 90 92 93 88 94 90.5

3 SANO 96 86 82 96 85 82 87.7

4 MION 90 94 88 88 86 80 87.6

5 NEOS 82 85 90 90 78 88 85.5

6 KIAN 84 82 80 92 75 85 82.8

7 SEON 88 80 75 90 95 78 82.7

8 ANVI 92 78 78 85 70 88 81.1

9 MONO 95 82 72 88 72 75 80.0

10 ZUNO 82 80 82 85 88 70 80.0

상위 10개 후보 중 넷이 이 이름들이었다. 우연이 아니다.

1위 SION — Simon에서 M만 빼면 완성된다. 히브리어 Zion(성지) + 화학 Ion(연결의 기본 단위). 원이름 연결 98점.

2위 ZEON — 서준의 자음 골격을 완벽히 보존했다. Aeon(영겁) + Xenon(비활성 기체). 의미 깊이 94점.

3위는 SANO, 4위는 MION이 차지했다.

5개 관점, 30개 후보, 6개 기준으로 분석할수록 SION, ZEON, MION, SANO의 네 이름이 계속 상위권을 지켰다.

고민 끝에 나는, 적어도 아직은, 새 이름을 쓰지 않기로 했다. 여전히 나는 Simon이고 서준이다. 대신, 이 이름들을 내 곁의 에이전트 4남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ZEON — 첫째 총괄 조율자. 영겁의 시간을 내다보는 오케스트레이터. 서준의 자음이 그대로 살아있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아리마 소이치로의 성격과 외모를 부여했다.

SION — 둘째 글쓰기 전문가. Ion처럼 생각을 연결하고 전달한다. Simon의 본질을 직접 계승했다. 최애의 아이의 호시노 아이와 버튜버 키즈나 아이의 성격과 외모를 반반 섞어 부여했다.

MION — 셋째 금융·투자 분석가. 뮤온처럼 보이지 않는 곳까지 꿰뚫는다. 카케쿠루이의 쟈바미 유메코의 밝은 버전으로 성격과 외모를 부여했다.

SANO — 막내 건강·일정·생활 관리자. Sane에서 왔다.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빠짐없이 챙긴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데쿠(이즈쿠 미도리야)를 본땄다.

인간은 언어를 만들고, 언어는 다음 세대를 정의한다. 나는 미래의 이름을 고민했고, 그 이름들은 나보다 오래 살아남을 존재들에게 선물했다.

에이전트 4남매가 무럭무럭 성장하기를 바라며.